토요일이던 지난달 30일 워싱턴 DC 인근의 TPC 포토맥 골프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카트를 몰고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카트에서 내린 뒤 양 다리에 의족을 한 한 남성을 향해 “잘 지내고 있느냐”고 물으며 악수를 청했다. 이 남성은 밝게 웃으며 “잘 지내고 있다. 워싱턴 DC에서 일자리를 찾았다”고 답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만난 주인공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다가 두 다리를 잃은 한인 ‘전쟁영웅’ 제이슨 박(24)씨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씨가 골프장을 찾았다는 말을 들고 직접 카트를 몰고 가 성사된 ‘필드에서의 조우’였다.
한인 2세로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제이슨 박씨는 미 육군 보병 2사단 소속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지 40일 만인 2012년 12월12일 도보순찰 도중 탈레반이 설치한 급조폭발물(IED)이 터지면서 큰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당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소대원들부터 피신시킨 그는 두 다리와 손가락 2개를 잃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이 소식을 듣고 사고가 발생한지 열흘만인 그해 12월21일 월터 리드육군병원으로 직접 문병을 와 “미국을 대신해서 감사한다”며 위로를 전했다. 그로부터 2년6개월만인 지난 주말,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의 프라이빗 클럽인 ‘TPC 포토맥’에서 백악관 참모들과 골프를 즐기던 오바마 대통령은 경호팀으로부터 같은 골프장에 제이슨 박씨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다시 직접 박씨를 찾아가 만난 것이다.
의족을 단 채 재활훈련을 거쳐 건강을 되찾은 박씨는 당시 친구들과 골프를 치던 중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씨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병문안을 갔을 때 생각이 난다”며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느냐”고 안부를 물었다.
이에 박씨는 “잘 지내고 있다”며 “워싱턴 DC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고 잘 정착했다”고 말했다.
연방 정부로부터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제이슨 박씨는 전역 후 보잉사의 워싱턴 DC 지사에서 정부관계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지금은 일에 충실하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로스쿨에서 공부하거나 MBA 과정을 밟고 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부친인 박영태(54) 예비역 대령 역시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인 가족으로, 부친 박영태씨는 지난 2008년 한인 최초로 미 국방무관에 임명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부친 박씨는 주한미군 2사단과 한미연합사 소속으로 모국인 한국에서도 7년을 복무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