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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심은경입니다”…유창한 한국어 여전

 

2015-06-06 중앙일보

“안녕하세요 심은경입니다”…유창한 한국어 여전 
40년전 평화봉사단 회고
LA총영사관 초청행사 참여
“한국 발전 함께한 난 행운아”

K타운 찾은 캐슬린 스티븐슨 전 주한 미 대사

중앙606

캐슬린 스티븐슨 전 주한대사(오른쪽)가 5일 USC 도헤니 도서관에서 열린 ‘평화봉사단 사진전’에서 40년 전 자신의 사진을 보고 활짝 웃고 있다. 김현명 LA총영사가 가리키고 있는 오른쪽 맨 뒷줄의 아기를 앉혀 놓고 있는 여성이 그다.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충남 예산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의 사진이다. 김상진 기자

 

“안녕하십니까.”

유창한 한국어 실력은 여전했다. 심은경이라는 한국이름으로 더 유명한 캐슬린 스티븐슨 전 주한 대사가 5일 LA코리아타운을 찾았다. LA총영사관이 미국의 봉사단체 평화봉사단을 초청한 행사에 특별 게스트로 참석했다. 그녀는 올해로 꼭 40년 전인 1975년 평화봉사단원으로 충남 예산의 예산중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하면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30여 년 뒤 2008년 첫 여성 주한대사로 부임해 2011년까지 재임하며 한국 국민과의 ‘밀착 스킨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날 행사의 일환으로 USC 도헤니 도서관에서 열린 ‘평화봉사단 사진전’에서 그녀를 만났다.

-예전 생각이 나는가.

“당시 내가 살던 하숙집에서 가르치던 아이들과 찍은 사진도 걸려있다. 전세계에 퍼진 대표적인 내 사진 중 하나인데, 볼 때마다 항상 행복하다.”

-왜 행복한가.

“생각이 깊어진다. 특히 한국이 그동안 걸어온 위대한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동안 한국인들은 한국과 미국에서 문화, 민주주의, 경제의 르네상스를 이뤘다. 대단한 일이다. 지난 40년간 그 꽃이 피는 것을 목격하고, 그 과정에 함께하는 특권을 누린 난 행운아다.”

-한미 양국 간 우호 혹은 우정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했다. 우정이 무엇인가.

“한국어로 말하면 ‘이심전심’이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공감하는 사이다. 이해하고 배려하는 친함이다. 국가간 뿐만 아니라 개인 간에도 마찬가지다.”

-발전에 치중하느라 한국인이나 한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없나.

“한국인들이 존경스러운 점은 결단력이다. 특히 40년 전 한국 교사들의 ‘교육열'(한국어로)은 대단했다. 그러나 요즘의 교육열은 가끔 병적이기도 하다. 경쟁의 과열이 아이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은 최근 한국인이나 미주 한인들에게 ‘성공’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개개인의 재능을 가꾸고 있다. 모두 스트레스를 덜 받았으면 좋겠다.”

-영화 국제시장을 봤나.

“오늘 본다. 본 사람들이 다 그랬다. 감동이 큰 영화니까 울 준비를 하라고. 한국의 근현대사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방식은 매우 배려깊고 인간적이어야 하며,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 (그는 말을 마친 뒤 한국어로 “제가 말이 너무 많죠?”하며 웃었다.)

-남북 관계가 어렵다. 조언을 하자면.

“대답하기 조심스럽다. 취임 후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과 소통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지만, 북한은 협조적이지 못했다. 대화는 계속 시도하되 안보에 위협이 있다면 필요한 수단을 취해야 한다.”

-향후 계획은.

“9월부터 스탠포드대학에서 일하게 될 것 같다. ‘호텔 캘리포니아'(이글스의 노래)에서 ‘한번 체크인하면 다시 떠날 수 없다’는 가사처럼 남가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

-한국어로 한마디 해달라.

“안녕하십니까. 심은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LA에 다시 오게 되어서 너무너무 기쁩니다. 여러분도 이 옛날 옛날 사진들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