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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기다리면 불경기, 찾아가면 호경기다”

“손님을 기다리면 불경기, 찾아가면 호경기다”

 

2015-06-15 중앙일보

“손님을 기다리면 불경기, 찾아가면 호경기다”
고객 1000명만 확보하면 절대로 안 망한다
개인화 더 심화…고객과 1:1 관계 만들어야

 

한국사회의 '경영 전도사' 홍병식 박사는 개인화가 심화되면서 고객과의 1:1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상진 기자
한국사회의 ‘경영 전도사’ 홍병식 박사는 개인화가 심화되면서 고객과의 1:1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상진 기자

홍병식(82) 박사의 별명은 ‘경영 전도사’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다 경영학 박사가 됐다. 경영 현장의 경험과 수량적으로 접근하는 경영학 이론으로 한인 기업들의 경영 컨설턴트를 맡아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했다. 1994년 할리트론 강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한인기업에 자문과 강의를 했다. 지금까지 홍 박사의 경영강의를 들은 이들은 한인사회에서만 4000명이 넘는다. 현재 박사과정을 맡고 있는 퍼시픽 스테이트스 유니버서티에서 학위를 받은 한인 기업인들도 몇 백명에 이른다. 비즈니스가 갈수록 어렵다고 하는 요즘 홍 박사에게 경영에 대해 들었다.

▶엽총경영 아닌 장총경영을

그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엽총방식으로 하지 말고 장총방식으로 하라.’

“엽총은 총알이 퍼지죠. 장총은 타겟을 조준하죠. 고객 하나하나를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은 관계의 시대여서 가격경쟁만으로는 안 되고 고객과 가게가 친한 사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명함을 달라고 하면 되죠. 명함은 주려고 만드는 거니까. 거기 주소, 이메일, 전화번호 다 있잖아요. 컴퓨터에 넣고 그 사람들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인사도 하고 새 물건 나왔다고 알려주고. 일주일에 한 번씩만 하라는 거죠.”

고객 만족시대는 지났고 이젠 감동시대다. 마켓에서 손님이 ‘커피 어디 있어요’라고 물으면 ‘7번 통로’라고 알려주는 게 아니라 거기까지 안내하고 ‘여기 있습니다’ 해야 된다는 것이다. 애기 엄마가 물건을 사는데 ‘안녕히 가세요’ 하면 만족이지만 차에 물건을 실어주면 감동이 된다.

“점점 개인화되잖아요. 아무리 평판이 좋아도 나한테 잘못하면 안 좋은 회사인 거죠. 그러니까 개인 대 개인으로 하나씩 관계를 맺어야 됩니다.”

홍 박사는 미션비에호의 중국집을 예로 들었다. “손님이 없으면 주인이 의자를 갖고 와 옆에 앉아서 자기 애들, 가정 얘기를 해요. 집사람이 11년 전에 세상을 떴는데 우연히 거기 가서 그 얘길 했더니 아, 정말 펑펑 울더라고요.”

시간이 좀 걸릴지 몰라도 이렇게 고객 1000명의 명단 갖고 있으면 절대로 안 망한다는 것이 홍 박사의 지론이다.

▶기다리는 사업에서 찾아가는 사업으로

“과거에는 손님을 기다렸죠. 지금은 손님을 찾아가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기다리면 불경기, 찾아가면 호경기가 됩니다.”

홍 박사는 내셔널 유니버시티의 지역 학장을 맡았던 시절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총장이 학생수가 안 는다고 고민을 해요. 아, 그럼 내가 한 번 해보겠다 했죠. 직원들을 모아놓고 학교를 사랑하면 주변에 아직 석사, 박사 안 한 사람 있는지 찾아보고 여길 추천하라고. 하기 싫으면 주소를 내게 달라고 했죠. 1년 사이에 학생을 1400명 늘렸습니다.”

▶판매에서 임대로

제너럴 일렉트릭은 제트엔진을 만드는데 옛날에 보잉에 팔았지만 지금은 임대해준다. 보잉은 항공기에 장착한 엔진의 임대료를 쓴 만큼만 낸다.

“자동차를 하루에 몇 퍼센트 사용할 것 같아요. 100시간이면 4시간만 이용해요. 동부에서는 자동차를 빌려주기 시작했어요. 필요하면 사인하고 사용하고 그 만큼만 돈을 내요. 보험도 필요없어요. X-레이도 MRI도 이제 안 팔아요. 병원에서 쓴 시간만큼 돈을 내요. 임대가 되는 거죠.”

양복도 손님에게 와서 치수 잰 뒤에 만들어서 가져온다. 내셔널 유니버시티는 강의실이 따로 없다. 각 도시에서 호텔과 건물을 빌려서 강의한다.

▶직원도, 협력업체도 고객이다

직원들한테도 마케팅을 해야 된다. 직원들도 고객이기 때문이다.

“직원이 회사를 망칠 수 있어요. 회사를 키울 수도 있고요.”

협력업체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40개 기업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는데 공급자들을 너무 학대해요. 물건 대주는 사람을. 지금은 공급자도 고객이에요. 공급자가 행복해야 좋은 걸 납품하고 결국 최종 제품이 좋아지죠.”

“휴즈에 있을 때 부품 중에 호주에서 만들어 오는 게 있었어요. 우리도 호주산 부품이 안 맞으면 인공위성을 제대로 못 올리니까 아예 엔지니어를 파견해서 끝까지 같이 있도록 했어요. 공급자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해요.”

홍 박사가 지켜본 기업의 사주는 직원 개인의 행사에 자주 간다. “직원의 자녀가 축구 경기를 하잖아요. 반드시 가서 제일 큰 소리로 응원해요. 직원 자녀가 학예회를 하면 가면 제일 열심히 박수치고.”

70년대 로버트 릴리프라는 학자는 ‘서번 리더십’을 강조했다. 지도자는 종이 되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장실을 없애는 회사도 있어요. 사장과 부사장이 한 달에 한 번 화장실 청소하는 회사도 있고요. 주류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안유회 선임기자

홍병식 박사는…

홍병식 박사는 1957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했다. 60년에 유타주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상황에 대한 강연을 해달라는 초청을 받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한국으로 돌아간 뒤 62년 민족일보에 남북으로 헤어진 이산가족이 서신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글을 썼다가 3개월 형을 살고 미국에 왔다.았다. 이후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취업이 안 됐다. 감시하던 종로서 형사에게 미국 가면 안 올테니 서명 해 달라고 해 여권을 받아 미국에 왔다. 29세 때 일이다.

변호사와 교수, 사업가 등 모르몬 교인이 모인 IBPA에서 홍 박사의 강연을 들은 휴즈 다이내믹스사의 사장이 취업을 제의했다. 그래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영주권이 없다고 했더니 곧바로 변호사를 불러 신청해 줍디다. 63년도 일인데 아홉달 뒤에 가족을 데려왔습니다.”

홍 박사는 기술발전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물리학 전공자는 기술계통에 바로 적응하거든요.”

구멍을 뚫어 사용한, 매그네틱 이전의 신용카드 개발과 달의 표면 사진을 찍는 루나 카메라 개발에 참여했다. 컴퓨터 자판 모델을 심의하는 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오늘날의 컴퓨터 자판 개발에 저도 기여를 했죠.”

휴즈 에어크래프트사에서는 열감지 센서와 야간투시경 개발, 순항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다. “거기서 GPS도 개발했어요. 70년대 초였는데 당시에는 군사기밀이었는데 그게 자동차에 장착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경영학은 42세에 공부했다. “자리가 올라가니까 엔지니어를 지휘해야 돼잖아요. 그때부터는 경영이죠. 또 정부에서 계약을 따와야 하는데 책임자가 박사여야 되니까 회사에서 비용 다 댈테니 석사, 박사학위 공부를 하라는 거죠.” US인터내셔널 대학원에서 7년만에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UCLA 익스텐션과 웹스터·피닉스·라번대학에서 응용수학과 경영학을 가르쳤다.

경영학을 수학적으로 접근한 강의가 별로 없어 대학마다 강의요청이 많았다. 낮엔 일하고 밤엔 강의를 하다 62세에 은퇴해 풀타임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현재는 퍼시픽 스테이트스 유니버서시티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한인사회에 경영강의와 컨설턴트로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터보 에어그룹(회장 브라이언 김) 산하 자선단체인 터보 자선재단(Turbo Charitable Foundation)이 수여하는 개척자상을 받았다.

저서로 ‘사람을 움직이는 행복경영’과 ‘홍박사의 5분 경영’ 1·2, ‘이 아침에 삶의 지혜를’ 등이 있다. 현재 성경과 경영에 확장하는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